어릴적의 나는 그네 타는 것이 좋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네만 탄 적이 한 두번이 아닐 정도로,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까지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놀이터로 곧장 달려가 타기도 했다.
땅에 발을 탁, 하고 구른후 무게중심을 상체로 옮겨 앞으로 뒤로 움직이고,
조금씩 공중으로 높이 올라가게 될 때면 하늘을 나는 것마냥 신이나고 두근거렸지.

그러다 어느 날,
같은반 친구랑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먼저 도착하여 그네를 타고 있는데
왠지 건들건들한 아이의 "내가 타야하니까 나와"라는 건방진 명령을 무시했고, 
그러자 어디서 몰려왔는지, 3~4명의 무리가 내 주변을 에워싸고는 놀리기 시작했다.
"이런 쬐끄만게" "너 이렇게 뒤뚱거리고 걷는다며?" "병신같이" "윽 징그러워"

나는 그들을 노려보며,
모래를 집어 던지고 물어뜯어 버릴까, 병신이라고 놀린 저새끼부터 받아버릴까,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나를 놀리며 키득대는 무리들 뒤로,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후, 
녀석이 나를 모르는 척 지나쳐 바삐 놀이터를 빠져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놀이터에서의 마지막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어른이 되어 그네에 앉기 전까지.


5년전인가...
그날은 어찌 된 일인지, 뭐에 홀린 사람마냥 놀이터로 걸어들어가 그네에 앉았는데,
쇠붙이의 차가운 느낌이 손으로 느껴지는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어렸을 때의 기억이 불쑥 수면위로 떠올랐고, 
뒤늦게 나는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외면했었는데,
손을 부들거리며 분노에 떨던, 당시의 나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울지마.
  울지마..
  다 지나갈꺼야.
  너는 그냥 그네 타는 것을 좋아한 것만 기억하렴.


눈물이 나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어렸을 때처럼 다시 땅에 발을 탁, 하고 굴렀다.
무게중심을 상체로 옮겨 앞으로 뒤로 흔들었다.
삐걱 삐걱, 기괴한 쇳소리를 내며 그네가 움직였다.


그 날, 
비로소 나는 어렸을 적 상처받았던 나와 작별을 하였다.

그네를 보게 되어도 슬프지 않게 되었다.





봄 기운이 느껴지는 이맘때면,
왠지 그네가 생각 난다.